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멀리 떠날 시간이나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가볍게 숨 좀 돌릴 수 있는 곳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된 짧은 여행은 오히려 오랜 여행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글에서는 SNS나 여행 앱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직접 발로 찾아다닌 서울 근교의 숨은 당일치기 여행지들을 소개하려 한다. 누구에게는 새로운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본문
1.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외곽 둘레길’
많은 이들이 남한산성을 떠올리면 역사 공부나 산행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주말 오후, 외곽 둘레길을 혼자 걸으며 ‘힐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다. 성곽 아래로 조용히 이어지는 오솔길과 멀리 보이는 서울 전경은 마음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걷다가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땐, 인근 성곽 마을의 한적한 카페에서 쉬어가면 된다.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들이 많아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흐른다.
2. 양평 ‘세미원과 두물머리 사이’
두물머리는 이미 유명한 명소지만, 그와 세미원을 잇는 길은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이 길은 오전 햇살이 가장 아름답게 떨어지는 시간대에 걷기 좋다. 물안개가 살짝 낀 강 위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해외 작은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코스는 나에게 ‘서울 근교 최고의 걷기 여행지’로 기억된다.
3. 의왕 왕송호수 레일바이크 주변 산책로
레일바이크는 많이 알려졌지만, 주변 산책로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레일바이크를 탄 후에 반대 방향 산책로로 일부러 빠졌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길게 이어지는 호수길은, ‘걷는 명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평화로웠다.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을 보며,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강화도 ‘전등사 뒤편 오솔길’
강화도는 차가 없으면 다니기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전등사에 갔다가 우연히 뒷길로 빠진 것이 오히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이 길은 정식 관광 코스는 아니지만, 오래된 나무와 작게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절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평온함을 준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 마무리
서울 근교에도 ‘새롭고 한적한 공간’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다. 이 여행들을 통해 나는 ‘짧게 떠나도 충분히 리프레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고, 꼭 유명하지 않아도 감동은 깊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지금 당신이 숨이 막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지도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 보자. 의외로 가까운 곳에 당신만의 여행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